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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커’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송강호·강동원·이지은 등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를 통해 한국 입양 제도의 민낯과 그 안에 감춰진 인간적 온기를 동시에 비추어낸 작품이다. 폐쇄적 시스템 속에서 ‘중간 매개자’로 작동하는 브로커들의 실태를 조명하면서, 우리 사회가 외면해온 입양 아이의 정체성 문제, 가족 구성권의 한계, 제도적 허점은 무엇인지 날카롭게 질문한다. 이 글에서는 영화 속 서사를 토대로 한국 입양 문화의 역사적 배경을 되짚어보고, 실제 입양 절차와 비교하며, 마지막으로 영화가 던지는 사회적 메시지와 개선 과제를 함께 고민해본다.

 

한국 입양의 현실 표현

1. ‘브로커’ 줄거리와 한국 입양 문화의 역사적 배경

‘브로커’는 버려진 아이를 입양하고자 하는 이들 사이에서 암암리에 활동하는 브로커 집단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영화는 아기 유품이 놓인 교회 앞, 비로소 자신의 역할을 시작하는 송강호(상현)와 강동원(동수)의 만남으로 시작된다. 이들은 친모(배두나)가 남긴 쪽지를 단서 삼아 아기를 외국으로 입양 보내려 하지만, 입양 절차의 까다로움과 서류상의 허점, 브로커 간 갈등이 얽히면서 불법·반합법적 거래가 반복된다.
한국의 입양 역사는 1950년대 전쟁고아를 국외로 보내던 ‘전쟁의 그림자’에서 출발했다. 이후 한국 사회는 급격한 경제성장과 함께 비혼모·미혼부 가정의 증가, 도시화로 인한 전통적 가족 해체 등 사회 구조 변화를 겪었다. 1961년부터 시작된 국제입양은 1980년대 후반까지 연평균 4천여 명에 달했으며, 현재까지 약 20만 명의 한국 아동이 해외로 입양됐다. 국내 입양은 오랫동안 ‘비밀 입양’을 기반으로 했고, 혈연관계 증명서(친생부인등록부) 공개를 엄격히 금지하며 입양 가족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키웠다.
2000년대 들어 ‘입양특례법’ 개정으로 가정위탁제 도입, 친생부모·입양부모 간 소통 창구 마련, 아동의 입양 동의 연령 상향 등 제도 개선이 이뤄졌지만, 영화 속 브로커들이 활동하는 이유는 여전히 비공식 경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공식 기관이 간과한 절차 복잡성·서류 미비·경제적 부담을 파고들어, 제도권 안으로 흡수되지 못한 취약 계층과 손잡는다.
영화는 과거 전쟁고아 세대의 국제입양 드라마뿐 아니라, 현대 사회에서 입양이 가진 ‘가족 구성권의 사각지대’ 문제를 환기한다. 역사적 배경을 통해 한국 입양 문화가 얻은 성과와 남긴 그늘을 살펴보면, ‘브로커’가 비추는 현실이 단순히 극장이 아닌 우리 삶 속 어두운 거울임을 깨닫게 된다.

 

2. 영화 속 입양 대리 체제와 실제 한국 입양 제도의 차이점

영화에서 상현과 동수가 활개 치는 ‘브로커 비즈니스’는 주로 교회·병원·고아원 등 아동이 잠시 머무는 장소를 무대로 한다. 이들은 공권력이 미치지 않는 사각지대를 찾아내, 친모가 직접 입양 기관에 신고하면 겪게 될 낙인과 지연을 우회시킨다. 서류 위조, 비공식 위탁 기간 설정, 해외 입양 통관·비자 발급까지 한몸에 도맡아 처리하며, 합법 기관에서는 불가능한 기민함과 속도전을 펼친다.
반면 실제 한국 입양 제도는 법무부 산하 가정법원이 관할하며, 보건복지부 지정 양육시설 및 입양기관이 ‘공적 네트워크’로 운영된다. 입양을 원하는 가정은 1차로 가족관계증명서·건강진단서·경제능력 서류를 제출하고, 지정 기구의 입양적격심사(교육 이수 포함)를 거쳐 가정위탁과 본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최종적으로 가정법원의 인가가 내려져야 비로소 입양이 확정된다. 이 과정은 평균 6개월에서 1년이 소요되며, 공식 기관은 친생부모 보호·입양아 권리 보장을 명분으로 철저한 기록 관리와 사후 모니터링을 진행한다.
‘브로커’는 이 과정을 생략한 듯 보이지만, 실상은 절차상의 통로가 너무 복잡하고 시간·비용 부담이 크다는 현실을 꼬집는다. 예를 들어 비혼모가 입양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히면 사회적 낙인이 두려워 비공식 경로로 빠질 가능성이 크고, 해외입양 비용(평균 1천만 원 이상)은 중저소득층 부모에게 현실화된 장벽이다. 또한, 입양아가 성장 과정에서 겪는 ‘정체성 혼란’과 ‘친생가족 탐색권’ 문제는 영화 속 조명되는 핵심 갈등으로, 실제로도 입양기관과 친생부모 간 정보 비공개가 법적으로 보장돼 입양아의 권리가 온전히 보장되지 못한다는 비판이 있다.
결국 ‘브로커’의 대리 체제는 제도의 빈틈을 파고든 ‘시장 논리’의 산물이자, 법과 현실 사이의 냉혹한 경계선을 드러낸다. 이는 관객에게 입양 제도의 존재 이유를 묻는 동시에, 진짜 가족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3. 한국 입양 현실의 과제와 영화가 던지는 사회적 메시지

‘브로커’는 결코 범죄 드라마만이 아니다. 송강호·강동원의 캐릭터가 아기를 바라보는 순간마다 스치는 연민과 책임감은, 제도 밖 아이들에게도 인간적 보살핌이 절실함을 일깨운다. 한국 입양 현실의 과제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비밀 입양 관행 청산과 개방 입양 활성화다. 현재 입양특례법은 친생부모와 입양부모 간 정보 공유를 제한하지만, 해외 선진국 사례를 보면 개방 입양을 통해 친생가족과의 만남·회고가 허용되어 입양아의 정체성 안정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
둘째, 입양 비용·절차 간소화 및 지원 확대다. 비혼모·미혼부를 위한 상담·심리 지원은 물론, 국내·국제 입양 가정에게 교육비·의료비 보조금을 제공하여 경제적 이유로 불법 경로를 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셋째, 입양 아동의 ‘삶의 질’ 보장을 위한 사후 관리 강화다. 정기적인 양육 환경 점검, 입양아 심리상담 프로그램 도입, 입양 가정 간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소외되지 않도록 지속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영화 마지막, 상현이 아이의 손을 잡고 서는 장면은 ‘브로커’가 전하는 진짜 메시지다. 제도의 틈새를 메우는 것은 결국 사람의 온기이며, 법과 제도는 그 온기를 보조해야 한다. 이 작품은 한국 입양 현실의 어두운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동시에, 보다 따뜻한 사회를 위한 변화를 촉구한다. 관객은 스크린을 벗어나, 우리 주변의 ‘작은 브로커들’—사회복지사·봉사자·이웃—에게 시선을 돌려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극장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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